
해부 시작 — 비교는 본능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아플까
솔직히 말해볼게요. 저도 비교합니다. 인스타그램을 열면 대학 동기는 해외 출장 사진을 올리고, 고등학교 친구는 신축 아파트에 입주했다는 글을 쓰고, 후배는 벌써 팀장 달았다는 소식이 뜨잖아요. 그걸 보면 머리로는 "나는 나, 쟤는 쟤"라고 생각하면서도, 가슴 어딘가에서 묵직한 감정이 올라와요. 부러움인지, 자괴감인지, 초조함인지 정확히 이름도 붙이기 어려운 그런 감정이요.
비교가 나쁘다는 건 누구나 알아요. 자기계발서에서도, 유튜브에서도, 어디서든 "남과 비교하지 마세요"라고 말하잖아요. 그런데 그걸 안다고 해서 멈출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비교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문제거든요. 인간의 뇌는 태어날 때부터 주변 환경과 자신을 비교하도록 설계되어 있어요. 원시시대에는 이게 생존 전략이었어요. 옆 사람이 나보다 사냥을 잘하면 따라 배워야 살 수 있었으니까요.
문제는, 그 본능이 지금 시대에 와서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거예요. 원시시대에는 비교 대상이 부족 안의 몇십 명이 전부였어요. 지금은 어때요. 인스타그램 하나만 열면 전 세계 수억 명의 하이라이트와 내 일상을 비교하게 돼요. 이건 뇌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넘어선 거예요.
근육층 — 우리가 비교를 멈출 수 없는 구조적 이유
1954년,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가 '사회적 비교 이론(Social Comparison Theory)'이라는 개념을 발표했어요. 핵심은 이거예요. 인간은 자기 자신을 평가할 객관적인 기준이 없을 때,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려 한다는 거예요. 월급이 적당한지, 외모가 괜찮은지, 인생이 잘 굴러가고 있는지를 판단할 절대적인 기준이 없으니까 옆 사람을 보고 가늠하는 거죠.
페스팅거는 비교의 방향에 따라 두 가지로 나눴어요. 하나는 상향 비교(upward comparison), 나보다 잘난 사람과 비교하는 거예요. 다른 하나는 하향 비교(downward comparison), 나보다 못한 처지에 있는 사람과 비교하는 거예요. 상향 비교는 양날의 검이에요. 어떤 사람에게는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동기부여가 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나는 왜 저렇게 못 할까"라는 좌절감이 돼요. 같은 비교인데 결과가 정반대인 거예요.
하향 비교는 일시적인 위안을 줘요. "나보다 더 힘든 사람도 있네"라고 생각하면 잠깐 마음이 편해지거든요. 하지만 이것도 장기적으로는 건강하지 않아요. 남의 불행을 통해 내 안위를 확인하는 습관이 되면, 자기 자신의 기준이 아니라 항상 타인을 기준으로 삶을 평가하게 되니까요.
그런데 SNS 시대에는 상향 비교가 압도적으로 많아요. 이유는 간단해요. 사람들은 SNS에 자기 인생의 가장 좋은 순간만 올리거든요. 여행 사진, 승진 축하, 맛있는 음식, 행복한 커플 사진. 아무도 새벽에 이불 속에서 불안감에 시달리는 모습이나, 상사한테 혼나고 화장실에서 눈물 닦는 모습은 올리지 않잖아요. 우리는 자신의 비하인드 씬과 남의 하이라이트 릴을 비교하고 있는 거예요. 이건 처음부터 공정하지 않은 게임이에요.
신경계 — 비교가 우리 마음에 남기는 상처들
작년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대학 동기가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렸어요. 유명 대기업에서 과장으로 승진했다는 내용이었어요. 축하 댓글이 수십 개 달려 있었고, 저도 "축하해"라고 댓글을 달았어요. 그런데 핸드폰을 내려놓고 나서 한동안 기분이 가라앉더라고요. 그 친구와 나는 같은 해에 졸업했고, 비슷한 시기에 취업했는데, 지금 나는 뭘 하고 있지. 그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어요.
그런데 몇 달 뒤에 그 친구를 우연히 만났어요. 술 한잔하면서 근황 얘기를 하는데, 그 친구가 이러더라고요. "승진은 했는데, 솔직히 번아웃이야. 매일 밤 11시에 퇴근하고, 주말에도 노트북 켜야 하고, 여자친구랑도 헤어졌어." 인스타그램에서는 보이지 않던 이면이었어요. 그 친구의 하이라이트 릴만 보고 부러워했던 제 자신이 좀 바보 같았어요.
이런 경험이 저한테만 있는 건 아닐 거예요. 2018년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SNS 사용 시간을 하루 30분 이하로 제한한 그룹은 3주 후 외로움과 우울감이 유의미하게 감소했다고 해요. 반대로 말하면, SNS를 많이 할수록 외롭고 우울해진다는 거예요. 비교의 빈도가 늘어나면 자존감이 깎이고, 자존감이 낮아지면 더 비교하게 되는 악순환이 생기는 거예요.
비교가 만성화되면 나타나는 증상들이 있어요. 다른 사람의 좋은 소식을 들으면 순수하게 기뻐해줄 수가 없어요. 축하한다고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불편해요. 자기가 잘한 일이 있어도 "그래 봤자 별거 아니지"라고 축소해요. 끊임없이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이게 반복되면 결국 무기력해져요. 아무리 노력해도 남들만큼 안 된다는 생각이 모든 동기를 삼켜버리거든요.
처방전 — 비교를 멈추는 게 아니라, 방향을 바꾸는 것
비교를 완전히 멈추라는 건 비현실적이에요. 아까 말했듯이 비교는 본능이니까요. 대신 비교의 방향을 바꿀 수는 있어요. 남과 비교하는 대신, 과거의 나와 비교하는 거예요. 1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해보세요. 분명 달라진 게 있을 거예요. 작더라도 성장한 부분이 있을 거예요. 그 차이를 인식하는 게 자존감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에요.
제가 실제로 효과를 본 방법 몇 가지를 공유할게요. 첫째, SNS 디톡스예요. 완전히 끊으라는 게 아니라, 사용 시간을 의식적으로 줄이는 거예요. 저는 인스타그램 앱을 홈 화면에서 빼고 폴더 안 깊숙이 넣어뒀어요. 이것만으로도 무의식적으로 앱을 여는 횟수가 확 줄었어요. 습관적으로 손이 가는 걸 물리적으로 한 단계 막아두는 거예요.
둘째, 감사 일기를 써봤어요. 거창한 게 아니에요. 매일 밤 자기 전에 오늘 감사한 것 세 가지를 적는 거예요. "날씨가 좋았다", "점심이 맛있었다", "프로젝트 마감을 잘 끝냈다" 같은 소소한 것들이요. 처음에는 쑥스럽고 어색했는데, 2주 정도 하니까 신기하게 시선이 바뀌더라고요. 남이 가진 것에 집중하던 시선이, 내가 가진 것에 머무르기 시작한 거예요.
셋째, 비교 감정이 올라올 때 그걸 판단하지 않고 관찰하는 연습을 해봤어요. "또 비교하네, 나 왜 이러지"라고 자책하는 대신, "아, 지금 비교 감정이 올라오고 있구나"라고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보는 거예요. 이게 인지행동치료에서 말하는 '탈융합(defusion)' 기법이에요.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거리를 두는 연습이죠.
마지막으로, 비교가 심해질 때 저는 이 문장을 떠올려요. "그 사람의 챕터 20과 내 챕터 5를 비교하고 있는 건 아닌가." 누구나 각자의 타임라인이 있어요. 누군가의 30대 초반이 화려해 보인다고 해서 내 30대 초반도 그래야 할 이유는 없어요. 결승선이 같은 게 아니라 달리고 있는 트랙 자체가 다른 거예요. 비교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비교의 대상을 남에서 과거의 나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훨씬 가벼워질 수 있어요. 오늘 밤, 감사한 것 세 가지만 적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