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 한약, 10년 전 내가 처음 만난 치료법
제가 위염 진단을 처음 받은 게 스물다섯 살 때였어요. 속이 항상 더부룩하고, 밥을 먹으면 체한 것 같고, 공복에는 쓰린 게 일상이었거든요. 양약을 처방받아서 먹었는데, 먹는 동안은 괜찮다가 끊으면 다시 돌아오는 패턴이 반복됐어요. 그때 어머니가 "한의원 한번 가보자"고 하셨고, 그렇게 한약을 처음 접하게 됐습니다.
한의원에서는 제 체질부터 봤어요. 맥을 짚고, 혀를 보고, 소화 패턴, 수면 상태, 스트레스 수준까지 전부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리고 내린 결론이 "비위가 약하고 기가 허하다"는 거였어요. 솔직히 그때는 비과학적으로 느껴졌어요. 기가 허하다니, 그게 뭔 소리인가 싶었죠.
근데 한약을 두 달 정도 먹으니까 확실히 변화가 있었어요. 속이 덜 더부룩해지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거든요. 위염 자체가 완전히 나은 건 아닌데, 전반적인 컨디션이 올라간 거예요. 이게 한약의 특징이에요. 특정 증상 하나를 콕 집어서 치료하기보다는, 몸 전체의 균형을 맞추는 방식이거든요.
다만 단점도 분명했어요. 일단 비용이 만만치 않았어요. 두 달치 한약이 60만 원 정도 나왔는데, 보험이 안 되니까 전액 자비였거든요. 그리고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요. 양약처럼 먹자마자 "아 속이 편해졌다" 하는 게 아니라, 2~3주 지나서야 "어? 요즘 좀 나은 것 같은데?" 하는 식이에요. 성격 급한 분들은 이 과정이 답답할 수 있어요.
또 하나, 한의사의 역량에 따라 효과 편차가 꽤 커요. 같은 증상이라도 한의사마다 처방이 다를 수 있거든요. 제가 세 곳의 한의원을 다녀봤는데, 처방 내용이 다 달랐어요. 이게 개인 맞춤형이라는 장점이면서 동시에, 표준화가 안 된다는 단점이기도 해요.
2. 양약, 빠르고 정확한 현대 의학의 무기
한약을 경험한 뒤에도 양약과의 인연은 계속됐어요. 위염이 악화돼서 내시경을 받았을 때, 소화기내과 선생님이 처방해주신 PPI(양성자 펌프 억제제)라는 약이 있었는데, 이건 진짜 효과가 즉각적이었어요. 먹은 다음 날부터 속 쓰림이 확 줄었거든요. 한약으로 2~3주 걸렸던 변화가 하루 만에 나타나니까, 솔직히 감동받았어요.
양약의 가장 큰 장점은 검증된 데이터가 있다는 거예요. 수천, 수만 명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거쳐서 "이 약은 이 용량으로 이 기간 먹으면 이 정도 효과가 있다"는 게 숫자로 나와 있어요. 의사 개인의 경험이 아니라, 통계적으로 증명된 효과라는 점이 안심이 됐습니다.
건강보험도 적용되니까 비용 부담이 훨씬 적었어요. 한 달치 약값이 만 원도 안 됐거든요. 한약 60만 원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죠. 그리고 어디서든 같은 약을 처방받을 수 있어요. 서울이든 지방이든, 같은 성분 같은 용량의 약이 나오니까 일관성이 있어요.
하지만 양약에도 한계는 있었어요. 가장 크게 느낀 건, 약을 끊으면 증상이 돌아온다는 거예요. PPI를 3개월 먹고 끊으니까 한 달 후에 다시 속이 쓰리기 시작했어요. 담당 선생님도 "이 약은 근본적으로 위를 치료하는 게 아니라,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거라서 생활 습관 교정이 병행돼야 한다"고 하셨거든요.
그리고 장기 복용에 대한 걱정도 있었어요. PPI를 오래 먹으면 칼슘, 마그네슘 흡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거든요. 실제로 저도 1년 넘게 복용하다가 마그네슘 수치가 낮아져서 약을 바꾼 경험이 있어요. 빠르고 강력한 대신, 부작용이라는 대가가 따라올 수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판정 — 한약과 양약, 숫자로 비교해본 실전 경험
10년간 양쪽을 오가면서 경험한 걸 정리해볼게요.
| 항목 | 한약 | 양약 |
|---|---|---|
| 효과 체감 시점 | 2~4주 | 1~3일 |
| 월 평균 비용 | 25~35만 원 | 5천~1만 원 |
| 보험 적용 | 일부만 가능 | 대부분 적용 |
| 근본 치료 | 체질 개선 목표 | 증상 조절 중심 |
| 부작용 | 간 기능 주의 | 장기 복용 시 다양 |
| 접근성 | 한의원 제한적 | 병원·약국 어디서나 |
| 표준화 | 의료진마다 다름 | 성분·용량 표준화 |
이렇게 놓고 보면 "어느 쪽이 더 좋다"가 아니라, "언제 어느 쪽을 쓰느냐"의 문제라는 게 명확해져요. 급성으로 증상이 심할 때는 양약이 압도적이에요. 빨리 불을 꺼야 하니까요. 하지만 불을 끈 다음에 "왜 불이 났는지"를 해결하려면, 한약이나 생활 습관 교정 같은 장기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제 경험에서 가장 효과적이었던 건 병행이었어요. 위염이 심할 때는 양약으로 증상을 잡고, 안정기에 접어들면 한약으로 소화 기능을 보강하는 방식이요. 다만 이때 반드시 양쪽 의료진에게 다 알려야 해요. 한약과 양약이 상호작용할 수 있거든요. 저도 한번은 한약에 들어간 감초 성분이 혈압약과 상호작용한다는 걸 나중에 알고 깜짝 놀란 적이 있어요.
10년차 만성질환자의 솔직한 조언
만성질환을 10년 가까이 안고 살면서 내린 결론은 이거예요. 한약이냐 양약이냐를 고민하기 전에, 내 상태를 정확히 아는 게 먼저라는 것. 혈액 검사, 내시경, 영상 검사 같은 기본적인 진단을 제대로 받은 뒤에 치료 방향을 정해야 해요.
그리고 주변의 "나는 이거 먹고 나았어" 같은 경험담은 참고만 하세요. 같은 위염이라도 원인이 다를 수 있고, 같은 약이라도 체질에 따라 반응이 달라요. 저한테 좋았던 한약이 친구한테는 효과가 없었던 적도 있고, 제가 부작용을 겪은 양약을 문제없이 복용하는 분도 계세요.
마지막으로, 어떤 치료를 선택하든 생활 습관 교정은 기본이에요. 약이 해줄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어요. 수면, 식사, 운동, 스트레스 관리 — 이 네 가지를 같이 챙기지 않으면 어떤 명약도 소용없다는 걸, 10년 걸려서 깨달았습니다. 여러분은 저보다 빨리 깨달으셨으면 좋겠어요.